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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영화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공식 포스터 / 배급 트리플픽쳐스

 

캐나다 퀘벡 영화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제목부터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2023년에는 제80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독립 병행 섹션인 제20회 지오르나테 델리 아우토리에서 GdA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저도 잠깐 멈췄습니다. 이렇게 긴 제목을 가진 뱀파이어 영화라니,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뱀파이어 영화지만 공포보다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뱀파이어 장르라면 보통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저는 처음에 어두운 성과 무고한 희생자, 피 냄새가 가득한 공포 분위기를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예고편을 재생하는 순간, 낯선 프랑스어 대사와 함께 잔잔하고 엉뚱한 분위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뱀파이어 영화와는 시작부터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리안 루이 세즈 감독의 첫 장편영화입니다. 감독은 공식 작품 소개와 연출 노트를 통해, 이 이야기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이해하려는 필요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아야 하는 뱀파이어가 자신과 타인의 생명 가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했고, 그 질문에서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 뱀파이어 사샤가 탄생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자 할리우드식 공포영화와는 다른 건조한 유머와 쓸쓸한 분위기가 가장 먼저 와닿았습니다. 무섭게 몰아붙이기보다는 인물들이 머뭇거리는 시간과 어색한 침묵을 오래 바라보는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구원보다 팀플레이에 가까운 사샤와 폴의 관계

※ 이 부분부터는 인물 관계와 이야기 전개에 관한 가벼운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주목했던 것은 두 사람의 결핍이 서로에게 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뱀파이어인 사샤는 인간의 고통에 지나치게 공감하기 때문에 직접 사냥하지 못합니다. 인간을 해치지 못한다는 성향은 평범한 세계에서는 장점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피를 마셔야 살아가는 뱀파이어에게는 생존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됩니다.

가족이 피 공급을 끊으면서 사샤는 굶주릴 위기에 처하고, 그 시점에 폴을 만납니다.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폴은 사샤에게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계약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합니다. 사샤는 폴을 곧바로 먹잇감으로 대하지 못하고, 두 사람은 폴이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함께 해결하는 밤을 보내게 됩니다.

저는 이 관계를 단순한 구원 서사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선택이 상대에게 영향을 주면서 두 사람 모두 삶의 방향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던 폴이 사샤의 생존을 돕고,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 사샤는 폴을 다시 삶 쪽으로 데려갑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죽음이 필요했던 두 사람이 결국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한다는 역설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관람 직후 남긴 한줄평은 ‘아름답고 맹랑한 녀석들’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 두 사람을 설명하기에 꽤 잘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두 사람은 상대의 결핍을 이용하는 대신, 기존의 규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생존 방식을 함께 만들어냅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끌어올리는 관계보다는, 말 그대로 팀플레이에 가깝습니다.

 

공포와 성장영화 사이, 이 작품의 장르

아리안 루이 세즈 감독은 이 작품에서 뱀파이어 장르영화와 성장영화, 블랙코미디의 문법을 함께 활용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하나의 장르로만 분류하려고 하면 조금씩 어긋납니다. 뱀파이어 영화를 기대하면 공포가 약하고, 성장영화로 보면 인물의 변화가 예상보다 조용합니다. 블랙코미디라고 하기에는 웃음 뒤에 남는 쓸쓸함도 상당합니다.

저는 어느 하나의 틀에 완전히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익숙한 뱀파이어 설정을 사용하면서도 공포나 매혹, 집착과는 다른 방향으로 관계를 전개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관람한 상영관에는 저와 애인,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관객이 거의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봤는데, 영화 특유의 정적과 인물들의 어색한 침묵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상영 당시 주변에서 이 작품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저 역시 개봉 정보를 우연히 접했고, 예고편을 본 뒤 호기심이 생겨 퇴근하자마자 메가박스로 향했습니다.

감독은 공식 작품 소개에서 두 인물의 상황 자체는 비극적이지만, 사샤와 폴의 만남에서는 빛과 희망이 생겨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에서 출발하지만, 작품 전체는 궁극적으로 삶을 향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를 따라가면 두 사람이 서로를 동류로 알아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야기의 무게 중심이 조금씩 이동합니다.

뱀파이어와 인간이라는 차이보다 자신이 속한 세계의 규칙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두 사람을 연결합니다. 세상에서 겉돌던 두 인물이 서로를 발견하는 과정이야말로 제가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공포영화인가요?

A. 뱀파이어와 피, 죽음이 등장하지만 일반적인 공포영화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나 잔혹한 묘사보다는 블랙코미디와 성장영화, 두 인물의 감정선에 더 집중합니다. 무섭다기보다는 쓸쓸하고 엉뚱한 영화에 가깝습니다.

 

Q. 사샤와 폴의 관계를 로맨스로 봐야 하나요?

A. 로맨스의 분위기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저는 연애 관계보다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는 동료에 가깝게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결핍을 해결해주는 존재이면서, 기존의 규칙과 다른 생존 방식을 함께 찾아가는 팀플레이어입니다.

 

결론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익숙한 뱀파이어 장르의 규칙을 비껴가며 두 인물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죽음을 소재로 삼지만,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결국 삶입니다. 사샤와 폴의 관계 역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일방적으로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선택을 바꾸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집니다.

조용한 상영관에서 단 두 명의 관객으로 봤던 그 91분이 지금도 종종 떠오릅니다. 세상에서 겉돌던 두 인물이 서로를 알아보는 과정과, 관람 직후 남겼던 ‘아름답고 맹랑한 녀석들’이라는 한줄평도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무서운 공포영화보다는 쓸쓸한 블랙코미디와 인물 중심의 성장영화를 좋아하는 분, 혹은 조금 엉뚱하고 다정한 뱀파이어 영화를 찾고 있는 분께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