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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로맨스 영화라면 거의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인간 여성과 수중 생명체 사이의 사랑 이야기라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이렇게 애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강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이 영화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말없이도 통하는 교감, 이 영화의 출발점
일반적으로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대화, 고백, 설득의 과정이 중심에 놓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주인공 엘라이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수어(手語)로 의사소통하는 여성입니다. 수어란 음성 언어 대신 손과 몸짓, 표정을 활용해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 체계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게 되는 수중 생명체 역시 인간의 언어를 쓰지 않습니다.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공개한 감독의 글에서, 두 존재가 언어 능력의 차이로 인해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서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본질을 알아보기를 원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La Biennale di Venezia). 그 말이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떠올랐습니다. 엘라이자가 수중 생명체에게 처음으로 삶은 달걀을 건네는 장면, 두 존재가 음악에 맞춰 리듬을 함께 느끼는 장면, 어둠 속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장면. 어느 하나 말이 개입되지 않았는데도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특히 놀랐던 건, 두 존재 사이의 교감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시선과 손짓, 침묵 속의 행동. 그것만으로도 사랑이 성립할 수 있다는 걸 이 영화가 설득해 버렸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물은 고정된 형태가 없고, 담기는 공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델 토로 감독은 사랑도 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정해진 모습만을 가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요약: 엘라이자와 수중 생명체는 언어 없이 시선·손짓·행동으로 동등하게 교감하며, 이것이 영화가 전하는 사랑의 본질입니다.
타자성과 주변부, 이 영화가 담은 사람들
이 영화를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넓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타자성(他者性, otherness)이라는 개념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자성이란 주류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범주 바깥에 놓인 존재들이 경험하는 소외와 이질감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델 토로는 1962년 미국이라는 배경을 의도적으로 골랐습니다. 기술 발전과 풍요를 자랑하던 낙관적인 시대의 이미지 뒤편에, 그 풍요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영화 속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여성 엘라이자, 흑인 여성 노동자 젤다, 성소수자 예술가 자일스, 외국 출신 과학자 호프스테틀러, 그리고 인간조차 아닌 수중 생명체가 함께 등장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인물들이 서로를 구하는 방식입니다.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존재들이 자신들보다 더 철저하게 타자화된 존재를 위해 위험을 감수합니다. 제가 가장 강하게 감정이 올라왔던 장면이 바로 이 탈출을 돕는 과정이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이 당사자들만의 감정에 머물지 않고 주변 인물들에게 응원받는 순간, 이 사랑이 정당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말을 하지 못하는 여성 엘라이자 — 언어와 성별의 이중 소외
- 흑인 여성 노동자 젤다 — 인종과 계급의 교차점
- 성소수자 예술가 자일스 — 사회적 시선과 고립
- 외국 출신 과학자 호프스테틀러 — 냉전 시대의 이방인
- 수중 생명체 — 가장 철저하게 타자화된 존재
냉전 배경이 만들어낸 긴장, 그리고 악역의 한계
1962년이라는 냉전(冷戰, Cold War) 시대 배경은 영화의 긴장감을 만드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냉전이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 충돌 없이 이념과 기술력으로 패권을 다투던 대립 구도를 말합니다. 우주 경쟁이 한창이던 이 시기, 비밀 정부 연구소가 수중 생명체를 연구 대상으로 붙잡아 두는 설정은 그 시대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악역 스트릭랜드는 그 냉전 시대 미국의 자신감과 지배 욕구를 한 몸에 담은 인물입니다. 델 토로는 그를 전형적인 괴물영화에서라면 여성을 구하는 영웅이 되었을 법한 인물로 설정했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다 스스로 통제력을 잃어가는 존재로 뒤집었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제가 직접 보면서는 그 입체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스트릭랜드가 엘라이자를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장면들은, 1960년대라는 시대 맥락을 머릿속으로 이해하면서도 불쾌함이 앞섰습니다. 차별과 폭력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연출이라는 건 알겠는데, 악의가 너무 직접적으로만 표현되다 보니 인물이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감독의 의도와 실제 관람 경험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있었습니다.
1964년 민권법 제7편이 시행되기 이전의 배경이라는 점도 영화 속 성차별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성별에 따른 고용 차별 금지 조항은 처음부터 법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의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안으로 추가된 것이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이런 배경이 엘라이자와 젤다가 연구소에서 낮은 지위의 노동자로 취급받는 현실을 설명해 주긴 하지만, 그것이 영화 속 차별적 묘사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아카데미 4관왕, 작품성 논쟁과 개인적인 결론
《셰이프 오브 워터》는 제74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습니다. 이어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판타지와 괴물영화의 형식을 빌린 작품이 이 두 무대에서 동시에 작품성을 인정받은 건 드문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카데미 수상작은 묵직하고 사실주의적인 드라마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영화는 그 편견을 꽤 흔들어 놓는 사례입니다. 수중 생명체 디자인에만 약 3년을 쏟아부은 제작진의 공력은 스크린에서 고스란히 느껴졌고, 그 존재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로 보이는 순간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성적인 장면에 대해서는 저도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존재의 관계를 추상적인 교감에만 가두지 않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비슷한 의미가 반복적으로 강조되면서 사랑의 감정보다 성적인 요소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된다는 인상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에서 저도 결국 울었습니다. 로맨스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감정이 흔들린 건 이 영화가 처음이었습니다. 사랑의 형태가 달라도 그 본질은 같다는 걸, 말보다 시선과 행동으로 증명해 보인 작품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셰이프 오브 워터 엘라이자는 청각장애인인가요?
A. 영화에서 엘라이자는 말을 하지 못하고 수어로 의사소통하는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공식 자료에서는 그녀를 청각장애가 있는 농인으로 단정하지 않고, 말을 하지 못하는 인물로 설명합니다. 따라서 청각장애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발화 능력이 없는 여성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Q. 셰이프 오브 워터 수중 생명체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A. 제작진은 수중 생명체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관객이 연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약 3년에 걸쳐 디자인을 개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괴물영화의 생명체는 혐오스럽게 묘사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로 보이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습니다.
Q. 셰이프 오브 워터 아카데미 몇 개 수상했나요?
A.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 총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그 전에는 제74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도 받았습니다. 판타지 장르 영화가 두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문 사례입니다.
Q. 영화 배경이 1962년인 이유가 있나요?
A. 기예르모 델 토로는 1962년 미국이 기술 발전과 풍요를 강조하던 낙관적인 시대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차별받던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시기를 선택했습니다. 냉전과 우주 경쟁이 맞물리던 긴장감도 이야기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결론
로맨스 영화를 시큰둥하게 보던 저도 결국 이 영화 앞에서는 무장해제가 되었습니다. 말이 없어도, 형태가 달라도, 서로의 본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이 영화만큼 설득력 있게 전달한 작품을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성적인 장면이 반복되는 점이나 악역이 다소 단순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전체적인 여운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판타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물론이고, 로맨스 장르가 내키지 않았던 분께도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특히 타자성과 연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영화 한 편에서 생각할 거리를 꽤 많이 건져가실 수 있습니다.
참고: La Biennale di Venezia, Guillermo Del Toro – The Shape of Water / GQ, How Guillermo del Toro Crafted a Fish Monster You'll Fall in Love With / La Biennale di Venezia, Official Awards of the 74th Venice Film Festival /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The 90th Academy Awards /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Women's Rights and the Civil Rights Act of 19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