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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1999년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입니다. 하지만 김태용 감독은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여성영화이자 퀴어영화로 받아들여주길 바랐다고 말했어요. 제목만 보고 귀신이 등장하는 무서운 영화를 예상했던 저는 영화가 끝난 뒤 오히려 효신과 시은의 얼굴을 더 오래 떠올리게 됐습니다.

 

※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교 복도에 홀로 서 있는 민아의 모습| 영화《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장면 인용|이미지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z

 

복도는 학생들이 매일 오가는 평범한 공간인데, 이 영화에서는 유난히 비어 있고 낯설게 느껴졌어요. 사람이 많은 학교 안에서도 인물들이 각자 고립되어 있다는 분위기가 이 장면에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공포는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는 순간보다, 익숙한 학교가 어느 순간 쓸쓸하고 낯선 공간으로 변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 같았어요.

 

 

공포보다 오래 남은 두 소녀의 관계

영화의 장르적 외피는 분명 공포입니다. 학교에서 한 학생이 죽고, 그 죽음 이후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있으면 관객을 갑자기 놀라게 하는 장면보다 효신과 시은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에 더 많은 시선이 머뭅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저는 이 점이 가장 당황스러웠어요. 무서운 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귀신보다 효신과 시은이 왜 가까워졌고 또 왜 멀어졌는지가 더 궁금해졌거든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은 두 사람이 함께 쓴 교환일기입니다. 서로 한 권의 일기장을 번갈아 쓰면서 직접 말하기 어려운 감정을 남긴 것이죠. 그 안에는 서로를 좋아했던 순간뿐 아니라 서운함과 질투, 두 사람 사이에 생긴 거리감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민아는 우연히 이 일기를 발견하고, 이미 끝나버린 두 사람의 관계를 뒤늦게 따라갑니다. 관객 역시 민아와 함께 일기를 읽으며 효신과 시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씩 알게 돼요.

효신과 민아가 마주하는 장면| 영화《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장면 인용|이미지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z

 

민아는 교환일기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점점 효신이 남긴 감정과 기억 가까이로 끌려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비밀을 우연히 발견한 관찰자처럼 보였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효신의 존재를 외면할 수 없는 인물이 되어가요. 효신과 민아가 가까이 마주하는 이 장면도 민아가 두 사람의 이야기 바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관객 역시 민아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미 끝난 효신과 시은의 관계를 뒤늦게 경험하게 됩니다.

 

저는 이 구성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관계의 결말을 어느 정도 알고 난 뒤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했던 순간을 거꾸로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에요. 효신이 일기에 남긴 문장이나 두 사람이 함께 웃던 장면도 결국 어디로 이어질지 알고 보면 가볍게 지나 가지지 않습니다.

제가 느낀 핵심: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라기보다, 이미 끝나버린 두 소녀의 관계를 교환일기를 통해 다시 따라가는 비극적인 로맨스에 가까웠어요.

1999년에는 더 낯설었을 사랑

김태용 감독은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퀴어영화로도 받아들여주길 바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영화 속 효신과 시은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보다는 사랑과 이별에 더 가까워 보여요.

지금도 한국 상업영화에서 여성 청소년 사이의 퀴어 관계를 자주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1999년에 여고생 두 명의 감정을 영화의 중심에 놓았다는 사실은 상당히 낯설고 과감한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영화는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함께 음악을 듣고, 교환일기를 쓰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관계가 흔들릴 때는 시은이 효신을 피하는 태도와 두 사람 사이의 불편한 침묵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요.

특히 시은이 효신에게 말하는 “난 네가 창피해”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2018년 인디토크에서 이영진 배우는 이 표현이 촬영 현장에서 인물의 감정에 맞춰 만들어진 대사였다고 설명했어요.

 

효신과 시은이 가까이 마주하는 장면|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장면 인용|이미지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z

 

두 사람은 얼굴이 맞닿을 만큼 가까이 있지만, 표정에서는 오히려 쉽게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졌어요. 효신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시은을 계속 바라보고 있고, 시은 역시 완전히 마음을 정리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은 남아 있지만, 한쪽은 관계를 붙잡고 다른 한쪽은 그 관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 장면에 그대로 담긴 것 같았어요.

 

짧은 한마디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왜 무너졌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효신은 시은과의 관계를 계속 붙잡으려 하고, 시은은 효신을 좋아했던 마음과 별개로 그 관계를 주변에 드러내는 일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관계를 아름다운 첫사랑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효신의 감정에는 사랑뿐 아니라 강한 의존과 집착도 섞여 있고, 시은은 자신의 두려움 때문에 효신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누가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같은 속도와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지 못했던 관계의 비극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느낀 핵심: 효신과 시은의 관계에는 사랑과 설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존과 부담, 수치심과 회피도 함께 들어 있었어요.

퀴어 로맨스를 공포영화로 보여준 방식

이 영화를 보면서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당시의 제작 환경에서는 두 여고생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로맨스영화보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한 편으로 소개하는 편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웠을 수도 있어요.

그 덕분에 1999년의 상업영화 안에서 보기 드문 관계를 다룰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두 사람의 사랑을 귀신과 죽음의 이야기 안에서만 보여줄 수 있었다는 한계로 읽히기도 합니다.

효신이 결국 죽음을 맞는다는 점 역시 지금의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과거의 퀴어 서사에서는 성소수자 인물의 사랑이 행복하게 이어지기보다 죽음이나 이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에요.

다만 이 영화가 효신의 죽음을 동성 간의 사랑에 대한 벌처럼 그린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효신을 외롭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편하게 드러낼 수 없는 학교의 분위기와 주변의 시선, 그리고 자신을 밀어내는 시은의 태도에 가까워 보여요.

교실 안 학생들의 시선이 효신에게 모이는 장면|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장면 인용|이미지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z

 

교실은 여러 학생이 매일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지만, 그만큼 한 사람의 행동과 관계가 쉽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놓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장면에서도 주변 학생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모이면서, 학교 안에서 개인의 감정과 비밀이 온전히 개인의 것으로 남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효신과 시은이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드러내지 못했던 데에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뿐 아니라, 끊임없이 바라보고 수군거리는 주변 환경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효신의 유령 역시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돌아온 무서운 존재라기보다, 자신이 이곳에 있었고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하는 기억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죽음은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 남겨진 사람에게서 지워지지 않는 상실에 더 가까웠어요.

제가 느낀 핵심: 영화가 무섭게 바라보는 것은 두 소녀의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주변의 환경에 가까웠습니다.

귀신보다 오래 남은 영화음악

영화가 끝난 뒤 제 머릿속에 남아 있던 것은 귀신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학교 복도와 옥상, 교환일기를 넘기는 손, 그리고 그 장면들 위에 흐르던 음악이었어요.

공포영화의 음악이라고 하면 관객이 방심한 순간 큰 소리로 놀라게 만드는 효과음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음악은 관객을 놀라게 하기보다 두 소녀의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는 쪽에 가깝습니다.

조성우와 김상헌의 이름으로 발표된 사운드트랙은 총 14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피아노와 합창이 어우러진 음악은 학교라는 익숙한 공간을 현실적이면서도 어딘가 꿈속에 있는 장소처럼 느껴지게 해요.

앨범 제목이기도 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제목이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효신의 죽음을 무서운 사건으로 소비하기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그 존재와 기억을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본 뒤 OST도 다시 들어봤는데, 음악만 들어도 학교 복도와 교환일기, 효신과 시은이 함께 있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이 정도면 음악이 영화의 분위기를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공포에서 사랑과 기억의 이야기로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효신이 등장하는 장면에 쓸쓸한 음악이 겹쳐질 때도 효신은 무서운 귀신보다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느낀 핵심: 영화음악은 관객을 놀라게 하기보다 효신과 시은의 사랑, 그리고 남겨진 기억을 장면 속에 오래 머물게 만들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많이 무서운 영화인가요?

A. 귀신과 죽음이 등장하는 공포영화이지만, 갑작스럽게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지는 작품은 아닙니다. 무서운 장면보다 효신과 시은의 관계와 영화의 쓸쓸한 분위기가 더 오래 남는 편이에요.

Q. 효신과 시은은 친구인가요, 연인인가요?

A.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한 단어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환일기와 두 사람의 행동, 감독의 인터뷰 등을 보면 단순한 우정보다는 사랑과 이별의 관계로 읽는 편이 자연스러워요.

Q. 효신의 죽음은 퀴어 서사의 비극적인 결말인가요?

A. 퀴어 인물의 사랑이 죽음으로 끝난다는 점에서는 지금의 관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영화는 효신의 사랑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묘사하기보다,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주변 환경과 관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공포보다 로맨스로 기억되는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귀신이 등장하고 죽음이 일어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가장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은 효신과 시은이 서로를 좋아하고, 같은 속도로 사랑하지 못해 어긋나고, 결국 한 사람만 남게 되는 과정이에요.

저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무서웠다는 감정보다 쓸쓸하다는 감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두 사람이 함께 있던 장면과 교환일기, 영화음악이 불쑥 떠오르더라고요.

공포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예상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서정적인 분위기의 한국 영화나 첫사랑과 상실을 다룬 퀴어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에요.

특히 영화를 본 뒤 OST를 따로 들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음악만 들어도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영화와 사운드트랙의 분위기가 잘 연결되어 있었어요.

참고자료 및 출처

※ 본문은 위 자료의 정보를 참고해 작성했으며, 영화에 대한 해석과 감상은 직접 관람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